게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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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하여
줄거리
1945년 1월, 소련군이 동프로이센을 향해 밀려오던 시기 발트해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돼요. 독일 여객선 빌헬름 구스틀로프호가 피란민과 병사 수천 명을 태우고 항해에 나섰다가 소련 잠수함의 어뢰를 맞고 침몰하는데, 이 사건이 바로 소설 전체를 떠받치는 역사적 축이에요. 화자인 파울 포크리페케는 바로 그 침몰이 벌어지던 날 밤 배 위에서 태어난 인물로, 어머니 툴라는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이 재난은 오랫동안 독일 사회에서 제대로 말해지지 못한 채 묻혀 있었어요. 저널리스트로 살아가는 파울은 이 침묵의 역사를 뒤늦게 파고들다가, 정작 자신의 아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 사건을 극우적 서사로 소비하며 위험한 방향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돼요. 귄터 그라스는 특유의 게걸음 같은 서술 방식으로, 하나의 역사적 비극이 세대를 거치며 어떻게 왜곡되고 재전유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요. 가족사와 국가사가 뒤엉킨 채로, 말해지지 못한 상처가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지켜보는 소설이에요.
- 역사적 트라우마와 침묵
- 세대 간 기억의 단절
- 극우주의의 온라인 재생산
- 가해자와 피해자의 복잡한 경계
출판사 소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1월 발트해, 독일 여객선 빌헬름 구스틀로프호는 피란민 및 병사 9000여 명을 태우고 어뢰정 뢰베호 단 한 척의 보호만 받으며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러시아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 세 발을 맞고 침몰한다. 아비규환 속에 ‘여자와 아이 먼저’라는 암묵적 규칙은 무너지고 각자의 생존만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선장 넷을 비롯해 1000명 남짓만이 살아남은 이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었다. 역사
작가
귄터 그라스 독일의 작가 (1927–2015)
귄터 그라스(1927~2015)는 전후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단치히(현재의 그단스크) 태생입니다. 2차 세계대전 말 독일군으로 복무했던 경험과 나치 시대에 대한 깊은 성찰이 그의 작품들에 스며 있으며, 『양철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 역사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도록 독자를 촉구하는 문학적 목소리로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소설가뿐 아니라 극작가이자 조각가로도 활동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쓰였나
귄터 그라스는 1950년대부터 이 소재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실제 집필은 1990년대 독일 통일 이후에 본격화했어요. 2002년에 완성된 이 소설은 그라스가 70대 중반에 쓴 작품으로, 자신이 전쟁 중 목격한 사건들과 평생 마주쳐온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습니다.
그때의 배경
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문학은 '폐허의 문학'이라 불리는 시기를 겪었고, 이후 독일 통일과 역사 해석의 재정의를 거치면서 전쟁의 '은폐된' 측면들이 문학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어요. 특히 독일인 난민과 피해자에 대한 역사 서술이 장시간 회피되었던 상황에서, 그라스는 이 침몰 사건을 통해 그 공백을 채우려 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큰 해상 재난(빌헬름 구스틀로프호 침몰)을 문학작품으로 처음 본격 조명한 작품이에요. 전쟁의 가해자로만 기억되던 독일의 '피해자' 서사를 다룸으로써 역사 해석의 복잡성을 드러냈고, 동시에 전쟁의 보편적 비극과 도덕적 붕괴를 탐구합니다. 출간 후 독일과 국제 사회에서 역사 인식에 관한 논쟁을 촉발했으며, 오늘날에도 전쟁 문학의 고전으로 읽히고 있어요.
뒷이야기
✦ 『게걸음으로』는 1945년 1월 30일 실제로 발생한 빌헬름 구스틀로프호 침몰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는 타이태닉호 침몰보다 사망자가 많았음에도 장시간 역사에서 잊혀 있었던 사건입니다.
✦ 그라스는 2006년 자신이 전쟁 말기 무장친위대(SS) 팬저사단에 속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독일 사회에 충격을 주었고, 이 책은 그러한 개인적 성찰과 독일의 피해자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 그라스는 이 소설을 통해 전승국의 역사 서술 속에서 소외된 독일 민간인들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증언하려 했으며, 2009년 영화로도 각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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