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민음사 세계문학 고전
질투 표지

질투

알랭 로브 그리예

민음사 · 2003 · 세계문학전집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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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하여

줄거리

이야기의 무대는 열대의 바나나 농장으로, 무더운 공기와 규칙적으로 늘어선 나무들, 그리고 테라스와 창문이 있는 저택이 마치 도면처럼 세밀하게 묘사되며 소설은 시작돼요. 이 집에는 A…라고만 불리는 여인이 있고, 이웃 농장주인 프랑크가 자주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이들을 지켜보는 시선의 주인은 이름도 얼굴도 없이 소설 내내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남편, 즉 서술자예요. 서술자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직접 말하는 법이 없고, 오직 방 안의 가구 배치, 테라스의 그림자 각도, 저녁 식사 자리의 좌석 배치, 지네 한 마리가 벽을 타고 오르는 순간까지 극도로 객관적이고 반복적인 시선으로만 세계를 기록해요. A…와 프랑크가 나누는 사소한 대화, 트럭을 타고 시내에 다녀오겠다는 계획, 편지 한 장을 쓰는 손짓 하나하나가 몇 번이고 미묘하게 다른 각도와 순서로 되풀이해서 묘사되면서, 독자는 점점 이 반복 자체가 서술자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일임을 눈치채게 돼요. 사건다운 사건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지만, 바로 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표면 아래에서 감시와 의심, 그리고 말해지지 않은 감정이 서서히 조여드는 방식으로 소설은 전개돼요.

출판사 소개

“지금 막 A…는 중앙 복도와 연결된 안쪽 문을 통해 방에 들어왔다. 그녀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주지 않는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다. 아마 그녀는 문에 들어서면서부터 창 너머 테라스 이편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질투』는 누보로망의 대표 작가 로브그리예의 문학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사실주의 문학에 도전장을 던지며, 소설의 관습적인 기법을 뒤엎은 새롭고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사건, 인물, 배경 묘사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작가

알랭 로브 그리예

알랭 로브그리예(1922~2008)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으로, 누보로망(새로운 소설) 운동의 핵심 이론가이면서 동시에 가장 급진적인 실험 소설가였어요. 그는 전통적 소설의 심리 묘사, 줄거리의 인과관계, 전지적 작가 시점을 모두 거부하고, 물질세계를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새로운 문학 형식을 추구했어요. 『질투』는 그러한 미학적 신념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동시에 소설이 무엇일 수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텍스트예요.

언제, 어떻게 쓰였나

1950년대 초 알랭 로브그리예가 누보로망 운동의 일환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전통적인 소설 기법에 회의를 느끼며, 심리 묘사와 전지적 관점 대신 순수한 관찰과 객관적 기술만으로 소설을 구성하려는 문학적 실험을 이 책에서 펼쳤어요.

그때의 배경

1950년대 프랑스 문학계에서는 기존의 심리 리얼리즘과 낭만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로브그리예와 나탈리 사로트, 미셸 뷔토르 같은 작가들이 주도한 누보로망(새로운 소설) 운동은 인물의 내면 심리나 작가의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고, 사물의 외형적 묘사만으로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던 시대였어요.

왜 중요한가

『질투』는 누보로망 운동의 가장 급진적인 실험작으로, 소설에서 플롯과 캐릭터의 발전이라는 전통적 기대를 완전히 거부합니다. 중복되고 변형되는 장면들, 명확하지 않은 서술자의 정체성, 시간의 불확실한 흐름을 통해 독자가 능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도록 강요하는 이 작품은 현대 소설의 가능성을 확장시켰어요. 오늘날에도 형식 실험과 독자 참여를 중시하는 문학의 선구적 사례로 읽히고 있습니다.

뒷이야기

✦ 누보로망은 195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문학 운동인데, 로브그리예는 세르반테스나 프루스트 같은 전통 소설의 관습에 정면으로 맞서며 '사물의 소설', 즉 사건이나 감정이 아닌 물리적 대상들의 세밀한 기술을 문학의 중심에 놓았어요.

✦ 『질투』에서 독자가 보게 되는 것은 한 남자가 아내의 행동을 강박적으로 관찰하고 반복하며 기술하는 텍스트인데, 이 서술의 신뢰도 자체가 불안정해서 무엇이 실제인지, 무엇이 상상 또는 질투심으로 왜곡된 것인지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들어요.

✦ 로브그리예는 소설뿐 아니라 영화 감독으로도 활동했는데, 『질투』도 1957년 영화로 각색되어 누보로망 운동의 영상 미학까지 확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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